터미네이터 시리즈로서 고유의 아우라를 포기할 만큼의 뭔가를 보여주지 못함은 물론 최근 몇년간 개봉한 굵직굵직한 SF 영화들의 그럴싸한 구석들을 취하여 이롭고자 한 꾸질한 야심만큼의 결과물이 돼버린 Terminator Salvation. 이런저런 리뷰들에서 느꼈던 우려가 현실로-
Terminator Salvation를 T4라고 부를 명분이 있을까? 단지 심판의 날, 인간과 기계의 끝나지 않는 전쟁, 그 안에서의 시간여행, 터미네이터 등의 소재만 그대로 가졌을 뿐 Terminator Salvation은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아닌 그냥 SF 영화였다. 사람들이 뭐라건 난 T4로서의 Terminator Salvation을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스러웠다는게 솔직한 느낌.
터미네이터 시리즈로서의 아쉬움을 배제하더라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가득한 매력적인 캐릭터 마커스를 엮고, 풀어내는 방식에 좀더 성의가 있었더라면 하는 불만도 있다. 하지만 마커스나 카일 리스나 캐릭터 자체로는 적절하게 근사했다고 본다. 캐릭터뿐 아니라 이 두 배우의 다른 영화들에 대한 기대가 생긴달까.
단 한편도 예외없이 좋은 영화와 좋은 연기를 기대하고 신뢰했던 크리스찬 베일은 여기서 뭣도 아니었다. 이건 크리스찬 베일이 아니어도 됐고, 크리스찬 베일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고. 차라리 에드워드 펄롱이 망가지지 않았더라면, 하는 심정까지도. 맥지 감독의 터미네이터 영화와 존 코너에는 크리스찬 베일이 적격자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연기와 무관하더라도 지속되는 스캔들도 그렇고, 어쨌든 이번만큼은 실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