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한국 2 by 꿀우유

외갓집에서 서울로 올라와서는 곧장 친구네 집으로. 이번 한국행의 이유였던 꼬마공주 원피스 전달과 피팅을 무사히 마치고 점심에 먹은 보쌈이 뱃속에서 제대로 탈나고 있어 꽤 컨디션이 저조했음에도 느글거리는 속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고 일본에선 귀하디 귀한(찾아보기 너무나 어려운) 참외를 폭풍흡입. 그리고 밤새 끙끙 앓고 아침에 약까지 전부 토하고 하아... 한 끼 한 끼가 소중한 때에 이 무슨 불상사인지 ㅠ ㅠ
젊음과 체력은 없지만 아줌마 깡다구로 무사히 파티를 마치고, 의기양양 소집했던 울 친구들과 뒷풀이를 시작. 내가 소집해놓고 아프다고 골골댈 수도 없어 혼신의 힘을 다해 놀았다. 그래봤자 아줌마들 노는게 그냥 먹고 노가리까고 그게 전부라 ^ ^ 바람이 엄청 부는 꽃샘추위 강렬한 날이어서 다들 오돌오돌 바람맞으면서도 신나하고 있다. 
보버라운지 인가가 시간이 애매하게 걸려 신세계 본점의 카페로 갔는데 요즘 서울 물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 나름 의미있었다. 전부 친구들이 사주고 나야 먹는 역할이지만... 여자 셋이 저 케익 하나를 다 못먹고 남김. 하긴, 파티 부페에서 다들 양껏 먹고 나온 후라 ^ ^ 먹고 또 먹고, 이젠 부끄럽지도 않은 우리의 현실. 나는 이 집에서 따뜻한거 홀짝거리며 느긋하게 앉아있었더니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다. 다행이야...
근처에 아는 곳이 없어 친구가 이끄는대로 이자까야엘 다 ^ ^ 전에는 나 한국 갔을 때 일본식 어쩌구 데려가면 좀 아쉬웠는데 이젠 별 느낌 없다. 일본에서도 한국음식점 가야하면 그러려니... 이 집은 가게 내부도, 음식도, 접객도 두루두루 괜찮았는데 식사중심이라 영업종료가 조금 이르고 술값이 아무래도... 일본서 먹던 값의 두세 배가 되면 암만 친구들이 사준다고 해도 역시 못마땅...
제대로 걸스나잇 즐기겠다고 을지로 입구에서 종각까지 택시타고 ;; 걷기엔 너무 추운 우린 아줌마들이라... 남자하고도 가본 적 없는 탑클라우드엘 다;; 이자까야 가이드했던 친구는 지금 남편하고 이 집에서 데이트도 해봤다고. 그래, 남자랑 데이트는 못해봤어도 울 친구들이랑 와인 홀짝거리는게 더 큰 행복이야! 올리브가 가격만큼 풍성히 나왔는데 배가 너무나 불러 스낵류랑 죄다 남긴게 참 아쉬웠다. 그래도 술은 남기지 않고 다 마시고 나옴. 역시 줌마들... ㅎㅎ
한 달이나 지난 생일을 다 챙겨주는 우리 칭구들. 내가 화장품같은거 너무 모르고 살아서 검색해봤는데 무슨 한예슬 틴트에 부내나는 마스크팩 어쩌구 저쩌구. ㅎㅎ 이걸로 예뻐지겠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겠지만 마음과 함께 고맙게 받을게-
다음날은 요즘 언니의 활동지역에 추가된 장충동에서 서울구경. 냉면맛집에서 냉면 한 그릇. 만두도 먹고 싶었지만 이후에도 여기저기 가서 이것 저것 먹으려면 조금만 먹어야 한다고 언니가 엄하게 관리했다.
모처럼 장충동이니 태극당 모나카도 냠. 
카페 가는 길에 마카롱집 있길래 언니랑 고민고민 하여 세 가지 맛 골랐다.
언니가 최근에 가봤다는 카페 105. 벨기안 쵸콜릿 전문점이라고 하는데 주택을 개조해서 마당까지 함께 사용하는 듯 하다. 목련 가득 핀 마당 테이블에서 노닥노닥 하기 정말 좋았던 날씨 :)
카페에서 주문한 핫쵸코, 생쵸코랑 마카롱들. 언니가 주문한 아메리카노가 없었다면 당도에 사망했을지도 ㅎㅎㅎ
봄꽃 가득한 마당에서 포토타임도 신나게 즐겼다.
그리고 우리 동네로 와서 언니가 즐겨 마신다는 호지차 프라프치노 시켜놓고 엄빠랑의 저녁시간 기다리며 노닥노닥.
치킨 시킬까 했는데 엄마가 열무김치에 국수 말아준다고 해서 아침에 말아준 김밥이랑 같이 먹기로. 이 조합이 이번 한국행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한 끼. 물론 회도 맛있었지만 엄마손맛 열무국수는 일본에서 구경도 할 수 없는 특식이니까... ㅠ ㅠ
디저트는 또 참외! 참외 실컷 먹고 와서 너무 기쁘다 ㅠ ㅠ
김포에서 8:30 비행기 타려고 새벽같이 일어났는데 엄마가 차려준 모닝. 저녁밥과 뭐가 다른가 싶어도 마지막까지 엄마표 김밥이랑 알차게 줏어먹고 집 나서기 ㅎㅎ
이른 시간이라 시원하게 달리는 택시 안에서~ 출장 때도 많이 보던 풍경이지만 자유인 신분으로 보는 새벽은 마냥 아름다웠다.
체크인 해놓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주카페에서 와플세트 먹으며 탑승시간 기다리기. 마지막까지 먹고 또 먹고 마치 먹으러 한국 다녀온 사람처럼...
아시아나 기내식은 늘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줌. 샌드위치는 이제까지 본 중에 그나마 양호했지만(그렇다고 먹은 것은 아님;;) 포크가 요래 생겼는데 잘려나간 조각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 아직 피고 있는 중인 벚꽃을 보니 반가웠다.

덧글

  • 키르난 2016/04/07 20:59 #

    저도 참외랑 김밥, 국수가 제일 맛있어 보입니다. 단짠의 조합..? 벌써 참외가 나왔나보네요. 본가 가면 슬쩍 마트에 들러봐야겠습니다.+ㅠ+
  • 꿀우유 2016/04/12 08:03 #

    역시 국수가 제일 맛나보였군요 ㅎㅎ 참외 엄청 달고 맛있더라구요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
  • sujikiss 2016/04/07 23:50 #

    오 한국왔다가셨군요! 이런 꿀같은 시간에 속이..ㅠ_ㅠ 그래도 금방 나으신거 같아 다행이구여 ㅎㅎ
    베키아앤누보 가셨군요.. 커피값 진짜 비싸지않나요 라떼한번 먹고 8000원인가 나와서 커..커피값 왤케 비싸..했던...
    카페 105는 좋아보여요! 일하는곳근처인데 조만간 함 가야겠네요
  • 꿀우유 2016/04/12 08:06 #

    네 비교적 금방 나았어요, 그래도 다녀온 기간의 절반을 굶다시피 한거지만 ㅠ ㅠ
    맞아요 그 카페였어요, 맛은 평범하던데...^ ^
    105는 쵸콜릿 전문인 점도 좋고 더워지기 전까진 마당 자리가 명당일 것 같아요- 위치 때문인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엄청 한가하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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