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조금씩 균형을 찾고 있는 요즘 by 꿀우유

3년간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이 조금 지났다. 20여일 남아있던 유급휴가 덕분에 정식 퇴사일보다 한 달 앞서 놀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지막 출근으로부터는 14개월이 훌쩍 지났는데 연말에 한두 달 쯤 원래 내가 하던 업무의 리뉴얼스러운 작업을 하러 다닌 걸 치면 진짜 만 1년 정도를 원없이 논게 된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집에서 뒹굴고 싶으면 뒹굴고 하루종일 드라마랑 영화만 보고 하는 리얼 백수생활이었다. 한 달쯤 난생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그 외에도 찔끔찔끔 짧은 여행과 나들이를 즐겼다. 실업급여를 전부 수급한 이후에 시작할 일자리를 찾는데는 꽤 시간이 걸렸는데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인데 풀타임이 아닐 것, 시프트의 조정이 가능할 것, 나의 커리어에 어떠한 형태로든 보탬이 될 것, 몸 축나지 않을 것, 그리고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등이 그 조건들이었다. 중간에 풀타임 자리 제안을 몇 차례 받으면서 결심이 조금씩 흔들린 때도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3년간 정사원으로 일하기 전에도 1년 이상을 풀타임과 다름없이 시간과 몸이 허락하는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일했던 나였기 때문에 원하는 일을 구하지 못하고 집에서 마냥 놀고 있는 것에 대해 때로 불편한 맘이 들기도 했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놀면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생각될 때도 있었고 정체가 아닌 퇴보인 듯 한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뭔가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찌든 현대인으로서의 심리반응일거라고 애써 합리화를 하며 타협없이, 결심을 굽히지 않고 만 1년은 채워 노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찾아지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조건들을 고루 만족시키는 일거리들이 하나 둘 모여 이제 삼시세끼 챙겨먹어도 될지;; 고민할 필요는 없을 정도의, 일정시간 이상의 노동량은 확보하게 되었다. 일하는 일수와 근무시간으로만 따지면 주5일 풀타임과 뭐 그리 다르냐는 이야기를 듣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제도 남편 친구와 만나 이야기하면서 듣고 공감한 것은, 다수의 풀타임 정규직에겐 결국 잔업과 주말출근, 근무시간 외에도 담당하고 책임진 것들에 대한 생각들, 때론 걱정들이 머릿속에 들러붙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하루 8시간 5일간 주 40시간 근무만으로 지속할 수 있는 풀타임 정규직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서류상 정해진 근무시간으로는 그닥 다르지 않음에도 벌이는 이전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 아무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때도, 여기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때도, 내가 받고 있는 페이만큼 나는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가, 내가 느끼는 행복감이 페이에 비례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사표를 내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생기지 않았다.
격주로 출근하는 지난 금요일의 아침밥은 이렇게 먹었던 기억이. 버터 듬뿍 든 데니쉬 식빵에 버터랑 잼까지 곁들여 5월에 관리모드 시작한 이래 가장 죄책감 드는 아침이 아니었나...
그래서 출근길 공원에서 먹는 가벼운 점심은 플레인요거트에 뮤즐리로;; 대신 플레인요거트를 평소 먹는 것보다 찌끔 더 좋은 제품으로 골라봤다. 덕분에 무지 크리미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공원 풍경은 이러했던. 색색의 수국들이 피어 있었다. 흔히 보는 수국들과 달리 좀 드문 연핑크였는데 진짜진짜 예뻤다...
이것도 흔한 핑크, 보라색과는 미묘하게 달랐던...
진분홍도 흔히 보기는 어려운데 이 또한 쨍하니 참 예뻤다.
이름모를 꽃이 장마시즌의 축축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렇게 꽃들 보며 산책하는 걸로 무거웠던 아침식사의 칼로리를 조금은 소비...



여러가지 일거리에는 이 털뭉치녀석이 사는 구직장의 저녁 시프트도 포함되어 있다. 꼭 내가 앉아있는 근처에 와서 이러고 방해하는 녀석. 이러고 있음 잠시 일을 멈추고 한 장 찍지 않을 수 없잖아...
그래도 예전에 일할 때보단 조금 철이 들어서, 아니면 얘도 늙고 지쳤는지 전처럼 막무가내로 들이대거나 하지는 않는다. 말도 잘 듣고 ㅎㅎ 내 저녁밥을 흘끔거리는 녀석의 구여운 발이 살짝 걸린 한 컷.
점심에 잠깐 일보러 갔다가 오랜만에 스탭들 점심식사에 함께 했다.  
이 역시 관리모드 훨씬 이전부터 담쌓고 살아온 명란파스타! 
좋아하는 칭구가 만들어준거라 사양않고 맛있게 싹싹 비웠다. 잘먹었습니다~
어제 점심까지 이틀 연속으로 친구와 함께 친구가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 ^ 볶음밥과 오코노미야끼를 담으며 너무나 오사카스럽지 않냐고 낄낄거리며 ㅎㅎ 
일끝나고 나왔더니 아침 나절에 내리던 비가 그치고 장마기간 중 드물게 맑은 날씨가 되어 있길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남쪽으로 남쪽으로. 지정석에서 날씨 즐기며 라떼 한 잔. 팬케익도 맥플러리도 돌보듯 하는데 이미 익숙해졌다.
이런 풍경이면 달다구리 없이도 족하니까~ 일도 적당히 즐기며, 내 시간도 충분히 가지며 지내는 요즘의 균형잡힌 생활 또한 대만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