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따뜻했던 오늘의 가을 산책 (비슷한 사진 많음 주의;;) by 꿀우유

요즘 새벽에야 잠을 자는 남편을 위해 같이 깨어있어 주느라 잠이 퍽 모자라, 오늘 혼자서라도 오사카성으로 단풍을 보러 가려던 계획은 접고 그냥 동네 공원에서 좀 앉아있다 집에서 낮잠이라도 자려던 참이었다.
나무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그냥 작은 놀이터 같은 곳인데도 참 정겹고 아늑해서 지날 때마다 똑같은 사진을 찍게 만드는 곳. 벤치에 앉아서 귤좀 까먹으려는데 아오. 날씨가 너무 푹해서인지 엄청 크고 둔한 모기가 주위를 날아다녀 모기겁쟁이인 나는 얼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집을 지나쳐 내 발걸음을 옮기게 한 것은 아이폰의 헬스 앱. 요즘 평균 걸음수를 봤더니 1만보가 채 되지 않는 것. 9천대라서 오늘 좀 걸으면 1만보를 넘기게 될 것 같아 남쪽으로 남쪽으로... 저 강변의 단풍들을 보고 역시, 오길 잘 했단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서 먹을 간식도 살겸 잠시 몰에 들렀다. 이렇게 세트로 구비해놓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색이 고운 베레모가 있어서 괜히 한 번 써보고- 집에 있는 베레모나 잘 써라, 계속 안쓰다 남편에게 처분당할라.
다이소에서 나온 108엔짜리 스케쥴러 좀 보라지... 문구업계도 피비린내 나겠다. ㅠ ㅠ 어릴 땐 값나가고 예쁜 스케쥴러를 아주 열심히 써댔지만 요즘은 꽁으로 생기는 스케쥴러랑 아이폰 캘린더면 충분.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에서 너무너무 깜찍한 산타할배 1회용 종이접시와 루돌프 냅킨을 봤다. 종이접시는 12장에 864엔... 그냥 다이소 접시 쓰고 쿠키를 하나 더 사겠다 ^______^
오늘자 구매 영수증을 제시하면 보졸레누보를 시음할 수 있는 이벤트 시간이 딱 걸렸길래 잠시 휴식. 그냥 주니까 마시지만 결코 사마실 일 없는 밍숭맹숭한 맛이었다;; 
슈퍼 코너에서는 어느 감이 맛있는가 시식회 중이었다. 나도 네 가지 맛 다 보고 맛있었던 감에 스티커 하나 붙였다. :)
더 어두워지기 전에 몰을 빠져나와 공원으로- 벌써부터 설레게 하는 노-란 은행잎들-
저 열차, 탈 수 있으면 타고 싶었다. 
하지만 우선은 낙엽으로 폭신폭신해진 흙좀 밟고나서-
오길 정말정말 잘했지 뭐야... 그냥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날이 정말 하나도 춥지 않아서 코듀로이셔츠, 티셔츠, 후드집업만 입고도 때때로 더워져서 후드집업을 벗곤 했다.
이렇게 예쁜데 게으름 피우느라 통 와보질 못했던 것-

이 모습 남아있는 동안 시간 될 때마다 와야지 하고 다짐.
흐리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은, 흐리면 흐린대로 운치있고 아름다운 가을-
이 정도에 자리잡고
몰에서 사온 당고를 딱! 슈퍼에서 파는 당고랑은 떡부터가 다르다. 처음 일본 왔을 땐 슈퍼에서 파는 당고도 곧잘 먹었는데 떡집 떡맛을 보고 난 이후론 다른 떡은 몰라도 당고만큼은 떡집에서만 먹게 되었다.
낙엽으로 멋낸 것 같은 덤불. 이런 사소한 모습조차도 너무 예뻐서 다 찍어왔다.
걷고 또 걷고-
비슷비슷하지만 너무 예뻐서 자꾸만 찰칵찰칵. 아이폰 용량이 남아나질 않는 이유 ㅠ ㅠ 
세로로도 찍어보고-
이렇게 예쁜데 참 한산해서 그게 또 맘에 든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흐린 하늘에 또 감탄하며 한 장-
내 폰 똥폰. 눈으로 본 아름다움의 10분의 1도 담겨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예쁜 가을색 담아 한 장 건졌다 ^ ^
또 간식 싸와서 요 벤치에서도 앉았다 가야지-
다음엔 좀더 맑을 때 좀 다른 풍경을 감상하기로-
공원을 떠날 때 쯤 열차가 정차하길래 타도 되냐고 물었다가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야속해라... 아마 막차라 남은 구간이 얼마 안돼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너무해, 너무해 > . <
동네에 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모든 계절, 더욱 아름다운 뷰를 선사해주는 것.
돌아가는 길에 어느 청년이 이렇게 찍고 있길래 나도 질세라 찍어봤다. 금방 또 놀러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