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동북지방 나들이: 짧게 아키타 by 꿀우유

남편 출장 덕에 처음으로 동북지역에 다녀왔다. 워낙 멀어 국내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해외 다녀오는 정도의 교통비가 들어서 나는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었는데 멀어서 좀처럼 가볼 기회가 없는만큼, 그리고 남편도 짧지 않은 초행길에 혼자 나서는 것을 내키지 않아해서 도쿄를 경유해서 교통비를 좀 절약해 둘이 함께 다녀오게 되었다. 참고로 오사카에서 아키타까지 신칸센은 편도가 2만8천엔... ㄷㄷㄷ 지난 번 괌에 다녀온 1인 왕복티켓값과 다르지 않다...

칸사이공항에서 게이트 들어가기 전에 잠시 티타임. 아침도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 탑승할 뻔 했는데 내 지갑 안에 킵해뒀던 미스터도넛 쿠폰과 귀여운 스누피가 서있는 미스터도넛X모스버거 매장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구여운 스누피와 쿠폰으로 교환한 올드패션, 그리고 카페오레를 10분 내로 드링킹. 미스터도넛은 리필도 해주는데 탑승시간이 빠듯해 다른 매장보다 월등히 아늑한 공항점에 엉덩이를 붙여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저녁식사는 도쿄에서. 별 생각없이 가까운 규카츠집이나 갈까 했는데 길지도 않은 줄을 섰다가 1시간을 꼬박 서있었다. 괜찮아, 특별히 어디 가고 싶은 곳도 없어... 아니 사실 아오야마에 가고 싶었어... 하지만 괜찮아... 맛있는 규카츠를 먹은 것으로...
난 굳이 저 불에 굽지 않아도 와사비 살짝 묻혀 먹는 것으로 충분히 맛있었는데 사람들은 불맛을 선호하나? 아니면 익혀먹는 것을 좋아하는 손님들을 위한 것이려나? 오랜만에 먹는 토로로메시까지 기분좋게 맛있고 따뜻한 한 끼였다. 
그리고 규카츠집을 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음료를 원하는 남편과 커피 한 잔도 마실 배가 남지 않은 나의 식후땡. 밖은 여지없는 연말 느낌이지만 컨디션이 안좋아 내내 으슬으슬 떨었던 오사카에서와는 달리 엄청 따뜻해서 다행스러웠다. 히트텍을 두 장 껴입고 코듀로이팬츠 속에 면타이즈까지 껴입은 나로서는 마냥 행복.
아키타에 도착해서는 아키타의 카페체인이라는 나가하마 커피에 가봤다.
오사카에 있는 비슷한 류의 카페들보다 살짝 더 세련된? 젊은 느낌. 가격대도 그 카페들보다 살짝 높은 편.  
그리고 퀄리티도 좀더 느껴지는 모닝! 전부 내가 해먹을 수 있는 평범하고 친숙한 메뉴가 된 것은 일본 카페모닝이 너무 좋아서 집에서도 따라해먹곤 하기 때문. 그래서 역시 카페에서 만들어주는 모닝이 내겐 원조라는 느낌이 든다. ㅎㅎ 매장 안이나 사용하는 식기들이 오사카와는 다른 분위기에 여행 기분도 더 나는 것 같고-
스크램블이나 크로와상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고 라떼도 좋았다. 잔과 소서가 독특해 요리조리 뜯어보며 마시다보니 잔 내부에는 나가하마라고 쓰여있었다.
기분좋게 카페를 나서 더욱 시골로 내려가는 전차에 몸을 싣고- 너무 북쪽 지역이라 엄청 걱정했는데 마치 겨울 끝나고 봄이 오는듯 따뜻한 날씨에 감사 또 감사- 끝없이 이어지는 겨울의 시골풍경이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아 40분 남짓 달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남편 일을 다 마치고 또다시 카페. 동네의 케익집인데 이렇게 진열된 다양한 찻잔 중에 원하는 것을 골라 마실 수 있게 해놓으셨다.
어디에서도 마셔본 적 없는 것 같은 디자인의 웨지우드와 앤슬리에 카페오레와 비엔나커피를 주문하고 팥덕인 난 팥을 올린 마차무스였나? 그리고 남편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딸기케익으로. 외딴 지역답게 가격도 엄청 착해서 이렇게 주문하고 천엔 조금 넘었나? 하지만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하나하나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케익가게에서의 편안하고 아늑한 티타임이었다. 
오후 세 시쯤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겨울의 아키타. 덕분에 이런 아름다운 강가 풍경도 감상하고-
시내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이 되어버렸다. 역주변에,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 행인도 거의 없고 연말 거리의 불빛들만 반짝반짝. 조용한 겨울밤산책 같은 느낌으로 강 주변을 걸었다.
저녁은 미리 검색해둔 동네 이자까야에서. 여기 말고 다른 후보는 우동집이었는데 남편이 맥주 한 잔 하자고 하길래 이것저것 맛볼겸- 
아키타 명물이라는 이시야끼오케나베를 주문해 국물요리 좋아하는 남편은 연신 감탄하며 너무 맛있게 먹었다. 나도 맛있었지만 지역 명물에 기대했던 특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옆에 생선은 도루묵 구이.
오히려 면 좋아하는 나는 나베 국물로 끓여주신 우동이 더 맘에 들었다 ㅎㅎ 도루묵 스시가 있어서 주문해봤더니 절임같은 메뉴였다. 꽤 간이 쎄서 우동 반찬 / 맥주 안주 삼아 냠냠. 
가게를 나와 역쪽으로 향하는데 구글맵에서 근처에 카페가 있구나 하고 봐뒀던 카페가 멀찍이서 봐도 심상치 않아 디저트 배도 없이 배불리 먹어버렸으면서 무작정 들어갔다. 이런 카페를 지나쳤음 어쩔 뻔 했어-
난로 곁에 앉아 스콘과 코코아, 커피를 주문했다. 사진은 별로 남기지 않았지만 가게 구석구석이 이보다 더 디테일할 순 없을 갖은 서비스들로 무장되어 있었다. 엄청 자세하고 다양한 메뉴들을 정감넘치는 일러스트로 가득 채워놓은 메뉴판부터 스탭을 부를 때 쓰라고 놓아두는 자전거 벨이나 충전하고 싶으면 연장코드를 요청해달라는 팻말, 다른 카페들에서도 종종 보는 갖가지 어메니티는 물론 일회용 양치세트까지 구비되어 있는 화장실!! 심지어 자리에서 계산한 후 영수증과 함께 받은 것은 휴대용 손난로..... 얼마 머물지 않긴 했지만 이 곳은 분명 아키타의 친절한 가게 베스트 5에 충분히 들지 않을까- 직접 만들어 굽는다는 스콘도 맛났고 넉넉한 사이즈의 음료도 무난했다. 가게도 매우 넓은데 구석구석 매력적인 공간 이곳저곳에 테이블들이 놓여있어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들러 다른 자리에서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낮의 풍경은 모르지만 나는 이 겨울저녁의 풍경이 맘에 들어서 이맘때 다시 들르고 싶다.
사방을 두리번대며 행복해하던 내 모습도 기념으로 남겼다. ㅎㅎ
오사카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처럼 또 빠듯해서 게이트 앞 매점에서 눈에 쏙 들어온 히레카츠샌드 하나 겨우 사서 탑승했다. 근데 또 이게 어쩜 그리도 맛있는지, 사이즈를 생각하면 식빵 두 장 사이에 둥그런 카츠를 끼워 4등분한 것이 600-700엔이었으니 다른 샌드위치들과 비교하면 가격이 좀 높은 편인데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맛이었다. 11월에 언니가 왔을 때도 같이 먹어보고 싶었는데 언니에게 이 맛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아쉽네- 하고 포스팅을 마치려고 보니 결국 또 먹기만 한 나들이였구나...



덧글

  • 듀듀 2016/12/30 14:57 #

    와 지하철 밖 풍경이 정말 그림같아요:) 멋지다....ㅎㅎㅎ
    찻잔을 고를 수 있는 카페는 언제나 좋아요 ^^
    와 마지막카페..영수증과 손난로라니 정말 범상치않은 카페네요
    주인장님이 궁금해집니다 ㅎㅎㅎ
  • 꿀우유 2016/12/31 16:44 #

    정말 별거 아닌 전차, 루트였는데 공감해주시니 기쁘네요- :)
    저두 나중에 저렇게 컵 늘어놓고 살고 싶어요 ㅎㅎ (6인 아니 4인 세트조차 없는 이의 잔머리? ㅋㅋㅋ)
    저 집 오너는 어쩜 지역사회 유지일지도 모르겠어요, 사회공헌 수준 ㄷㄷㄷ
  • motr 2016/12/30 15:34 #

    오옷 *.* 찻잔을 고를수 잇는 카페 사진 마치 그림 같아요. 엽서 같달까. 어쩜 쓰고보니 윗 댓글이랑 표현이 비슷 ㅋ
  • 꿀우유 2016/12/31 16:46 #

    좋은 거 보면 드는 맘이 다들 비슷해서 그렇겠죠- 저런 소박하고 아늑한 동네 맛집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 sujikiss 2017/01/02 17:25 #

    앗..제가 갔던 아키타는... 진짜 아무것도 없고 눈바람이 몰아치던 온천만 있던 그런곳이였는데 저런 예쁜 카페도있고..맛집도 있고..그렇네요..
  • 꿀우유 2017/01/05 14:54 #

    자칫! 그럴 수도 있는 곳이었어요, 확실히 ㅋㅋ 날씨도 한몫 했고, 제가 워낙 별거 아닌 것도 너무 좋아라 해서 어딜 가든 그냥그냥 잘 놀고 오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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