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북쪽 나들이 by 꿀우유

새해 첫 나들이는 또 북쪽으로 다녀오게 되었... 
저가 항공 탈 때는 간식 필수. 아무리 공항에서 뭘 얼만큼 챙겨먹어도 비행기만 타면 입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다.   
이번에도 경유하는 도쿄에서의 한 끼. 어디 찾아가기도 귀찮고 해서 최대한 이동거리 짧게 다니기. 대기인원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테이블석은 금방 자리가 났다. 덕분에 주문서에 하나하나 적어서 시켜야 했지만 테이블석과 벨트 앞은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주문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그닥 아쉽지 않다. 특히 추천메뉴인 국물메뉴가 품절이라고 대신 주문한 꽁치볼국;;; 이 남편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남편이 너무나 맛있어하며 먹는 모습을 보며 내가 너무 국물요리 겸한 집밥을 안해준 것 같다는 자책감이 다 들 정도였다. 
식후 차 한 잔은 역시 멀지 않은 스타벅스에서. 여긴 네이버후드는 아닌데 이브닝 코너가 있는 지점. 아니, 오사카 사람들도 술 마실 줄 아는데, 오사카에도 해가 지는데 오사카에선 이브닝을 볼 수가 없냐는.
구석에 커피, 도쿄와 관련된 작품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아이스음료를 홀짝홀짝. 근사한 공간 덕인지 동네에서 마시던 것보다 맛있게 느껴지고... ㅡ ㅡ 오사카에 있을 땐 전혀 모르고 살다 도쿄만 나오면 내가 시골뜨기라는 느낌이 마구마구 든다. ㅋㅋㅋ
사진으론 그닥 느껴지지 않지만 너무 아름다워 한없이 걷고 싶었던 마루노우치 거리.
그래서 한 장 찍어달랬더니 남편 너란 남자... 항상 고마워.
뿅! 다음날은 최종 목적지인 아키타에 도착. 편의점에서 눈 내리는 풍경 보고 좋아하며 한 장 찍은건데 저기 쌓여있는 때묻은 눈 참 더럽네... 하하하
전차를 타고 좀더 이동. 이 때까지만 해도 막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풍경이었지 ^___^
점심먹을 곳은 미리 알아봐뒀던 양계장 직영점의 식당. 입구의 계란을 이용한 장식들 ㅎㅎ
넘나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는 필수 주문. 인기 넘버원이라는 데미&토마토 반반 소스로 주문했는데 내 입맛에는 토마토가 더 우월했다. 이제까지 먹고 다녔던 오므라이스들과 비교해봐도 가장 맛있다고 생각되는 토마토 소스였다. 입맛이 별로 없다던 남편도 너무 잘 먹는거... 그럼 두 개 시킬걸 그랬지 이남자야...
오므라이스를 한 개만 주문한건 계란가게에서 내주는 타마고 카케고항을 꼭 주문하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 남편은 다른 남자들보다 양이 좀 적은 편이라 둘이서 세 개를 시키는건 역시 무리다. 내가 20대 때 같았으면 세 개 주문해서 완식 가능했겠지만 나이 들면서 다행스럽게도 양이 좀 줄어든 편이라 2인분으로 적당하다... 
이 집은 닭이 낳은지 2일 이내의 계란만 사용한다고 하는데 계란이 신선하다고 엄청 특별하게 느껴지는 맛은 아니었지만, 아니 특별했더라도 그걸 알만큼 내가 섬세한 미식가는 전혀 아니라서... 하지만 여기서 함께 내어주는 재료들과 섞어서 맛있게 싹싹 비웠다. 하얀 된장에 재료를 아삭아삭할 정도로만 끓여낸 미소시루가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ㅎㅎ
눈 쌓인 밖이 보이는 자리에서 기분좋게 식사를 시작했는데 밥을 기다렸다 다 먹기까지 한 30여분 사이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굵어지고 급기야 펑펑 아니 눈보라가 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10cm가량 쌓여버렸..... 오후 일정이 있는데 여기 갇혀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편은 콜택시를 부르자고 했지만 역에서부터 택시는 한 대도 구경도 못했다... 그리고 이 가게에 오는 모든 손님들은 다 자차로 오시더라... 역에서 걸어온 건 우리 뿐이었다...

나는 그냥 내 발로 걸어나갈 자신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보러 온 남편은 옷차림도 나만큼 편하지 않고... 해서 계란 사러 오신 할아버지 한 분께 혹시 요 아래까지 태워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더니 흔쾌히 태워주셨다. 심지어 남편의 목적지 전화번호를 네비에 찍어서 일보는 건물 앞까지 태워다 주시는 것!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이런 날씨에 목적지 바로 앞까지 바래다주신게 너무 황송해서 어떻게든 사례를 하는게 맞는거 같은데 말씀드려도 어서 내려서 일보라고 재촉만 하실 뿐. 오사카였으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일 같다. 심지어 이 모든 대화 중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은 한 20% 정도 알아들었을까... 동북지역의 일본어는 외국어라고 하더니 ㅋㅋ 남편도 나도 문화충격이었다. 그냥 단어 몇 개로 해석하거나 알아들은 척 웃거나 ^ ^ 연예인급 리액션을 발휘해본 시간이기도 했다. 할아버지, 말씀은 다 못알아들었지만 정말 감사해요!!!
남편이 일보는 동안 거의 그쳤던 눈이 일을 마치고 나서는데 또 이렇게 흩날리기 시작... 그래도 이 풍경이 참 예뻐서 나는 신나게 셔터를 눌렀다.
이 풍경을 1도 즐기고 있지 못하는 한 남자. 
대조적으로 마냥 신난 철딱서니.
나는 그 계란가게에 들러서 아까 배불러 못먹은 푸딩이며 슈크림이며 더 맛보고 싶은데 남편은 매서운 눈보라가 다시 시작될까봐 어서 시내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키타역에 서둘러 돌아와 어디 찾아갈 것도 없이 역에 연결되어 있는 쇼핑몰 식당가의 히나이 토종닭을 쓰는 식당에 갔다. 
눈보라에 얼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려는 듯 남편은 뜨거운 소바가 곁들여진, 나는 키리탄포 우동을 고사하며 다자와코 호수의 이름을 붙인 냉면을 곁들인 오야코동 세트를 각각 주문했다. 과연 쫄깃쫄깃한 것이, 닭이라고 듣지 않았으면 오리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 식감의 닭고기였다. 
오랜만에 먹는 ㅠ ㅠ 오야꼬동도 너무 맛있었지만 MSG가 거침없이 느껴지는 ㅋㅋ 냉면이 정말 맛있었다. 함께 나온 와사비를 풀어 먹은 것이 포인트. 겨자 대신 와사비라니, 이거 쉽게 따라해볼 만한 것 같다. 남편도 추운데 무슨 냉면이냐는 반응이었는데 내꺼 한 입 맛보더니 너무 맛있어하시더라. 이렇게 아키타에서의 마지막 식사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두 번 와봤다고 벌써 익숙해진, 정들려고 하는 역 앞 풍경. 겨울느낌이 물씬 나 한 장 찍었는데 날리는 눈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사카로의 귀경길은 다시 도쿄를 거쳐. 어디까지나 경유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간단히 요기만 하고 공항행 리무진을 타기로. 남편도 나도 많이는 못먹을 것 같아서 볼륨감 넘치는 곳들 다 스킵하고 에릭 케제르에 들렀는데 내가 지점을 잘못 고른 것인지 인터넷에서 봤던 뺑오쇼콜라 세트나 스프, 샐러드 또는 라씨가 함께 나오는 세트는 없이 이 지점에서는 딱 크로와상 & 음료 세트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ㅠ ㅠ 나 혼자였으면 다른 후보지로 옮겼을텐데 남편과 함께라 그냥 참고 크로와상과 커피를 주문했다. 다행히 커피도 크로와상도 내 기대보다 맛있어서 ㅋㅋ 그리고 남편도 맛있어해서 잘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별거 아닌 잠깐의 쉬어가는 타임인 것 같아도 여행을 되돌아봤을 때 참 좋았다고 기억하는 순간들이다.
버스 타러 가는 길에 눈에 띄어 들어가본 내츄럴 로손. 대형슈퍼에서 취급할 것 같은 일반 로손의 식품들보다 조금 더 고급품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었는데 방금 빵을 먹고 나온터라 먹음직스런 프렛첼도 그냥 구경만 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했더니 또 입이 심심해진 우리. 내가 좀 틈을 보였는지 남편이 핫도그가 먹고 싶다길래 하나씩 집어들었다. 왜 남편이가 뿌린 머스타드&케챱이 더 보기 좋을까. 나 없을 때 엄청 먹고 있는거 아냐? 어쩌다 한 번 먹어서 더 더 맛있는 것 같은 핫도그!! 오늘도 그 맛에 감탄하며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핫도그 사는 길에 또 이것저것 챙겨들고 나온 기내용 간식들. 비행기가 한 시간쯤 지연되어 더욱 요긴해진 우리의 식량인데 이렇게 차려놓고 먹고 있자니 기장님께서 오른쪽으로 후지산을 내려보라는 안내방송을 하신다.
헙. 이제까지 공항에서 시내 들어갈 때, 또는 신칸센에서? 저-멀리로 별 감흥없이 본 것이 전부였던 후지산을 이렇게 보는 날이 오다니. 그렇게 도쿄를 왔다갔다 해도 이런 적 없었는데, 지연에 대한 사과의 서비스신지? 일정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 뷰를 선물받아 이번 나들이에 생각지 못했던 좋은 추억을 하나 더 보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