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의 막, 그리고 새로운 시작 by 꿀우유


쫌 챙피하지만 우리 남편의 길고도 길었던 공부가 이 달로 드디어 끝이 났다. 물론 그가 택한 길로 말하자면 이제까지 해왔던 것은 기초를 닦았음에 지나지 않을 뿐, 앞으로도 이제까지처럼 연구는 계속 해나가야 하지만...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원생으로 적을 둔 모든 과정은 끝이 났다라고 해야겠지.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땐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졸업만 다가오면 자꾸 조금더 조금더 하면서 학교까지 옮겨가며 학생생활을 연장하는 남편의 바람에 조금도 싫은 생각이 든 적 없다고 하면 사람들은 신기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공부에 취미가 없다보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 욕구 자체가 더 신기하고, 그냥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어지거나 혹은 아무 것도 해주진 못하더라도 내버려둘 수는 있었다. 또 한 번 사회생활 하다가 돌아간 학교이니만큼 이번엔 원없이 공부해보라 하는 마음이기도 했고. 일단 다시 사회로 복귀하면 다시는 학교로 돌아갈 수 없을테니... ㅡ ㅡ+
그래도 그 시간은 실로 길었는데 감사하게도 한국의 가족들도 늘 존중하고 지지해주셨고, 경제적으로도 별 부족함 없이 채워졌고, 또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감사한 일도 즐거운 일도 많았다. 힘든 때가 없었냐면 왜 없겠는가 ㅠ ㅠ 하지만 그런 힘든 시간들은 꼭 우리가 이 길을 택하지 않았더라도, 누구에게나 어떤 삶을 살든 겪게만 되는 것들이라 생각된다.
막판에 한 학기 연장하고 싶다느니 하는 소동도 있었지만;; 그건 내가 허락 안해... 납득할 수 있거나 합리적인 이유가 안됐다. 지혜로운 판단이라고도 생각 안됐다. 그리고 나의 반대 뿐만 아니라 놓여진 상황들 때문에 연장은 물건너가고 ㅋㅋ 예정대로의 마지막을 맞게 되었다(휴우-).
그 좋은 날, 기쁜 날을 앞두고, 한국의 부모님들도 와보고 싶어하셨는데 우리 부모님들께서 또 모두들 감사하게 건강하시고 아직 혈기왕성하게 사회생활중이시라 좀처럼 시간내기가 쉽지도 않아서, 너무 무리하게 1박 혹은 당일 일정으로 오시느니 그냥 우리가 봄에 찾아뵙겠다고 말렸다. 아니 사실 내가 해마다 이맘때 겪는 컨디션 난조로 공항 픽업 가서 모시고 다닐 자신도 없었다. 수여식 전날은 나도 못가봐도 되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어이없음에 말을 잇지 못...
밤새 컨디션회복에 분발해 아침엔 꽤 컨디션이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수여식에 나섰는데 날씨는 여전히 춥고 참 내 맘 몰라줘... ㅠ ㅠ 그래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른 매화가 보여 언니에게 날씨 전할 겸 사진 한 장 찍었다. 나 이 캠퍼스도 참 좋아했는데, 이렇게 추억 하나 더해봅니다 ㅎㅎ

여기 캠퍼스에 언제 또 놀러와보겠냐며, 이 날만큼은 바깥밥 말고 학식이다! 늘 저렴이 학식 데려가더니 이 날은 학생들보다 어른들이 주로 이용하시는 식당으로 갔다. 가격차이도 크게 안나는데 말이지. 하긴, 나 학교 때도 500원, 1,000원이란 평균가격차에 학생들의 식당을 향한 발걸음이 갈라지곤 했지. 나의 경우는 좀 더 주고 맛좋은 곳(후문쪽)을 택했었다. 학생회관 앞 지하는 저렴한 대신 참 맛 없었어... ㅠ ㅠ 대신 S오빠랑 떡볶이는 곧잘 사먹었다 ㅋㅋ 그리고 우리 전공강의실과 같은 층의 우동도 내 사랑하는 메뉴였... 추억은 방울방울-

여튼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여기 식당은 참 괜찮았다. 외부랑 비교해서 엄청 메리트가 있냐면 그건 아닌데 그래도 멀리 안나가고 학교 안에서 한 끼 해결하기엔 적당할 듯. 학교 앞에 갈 만한 식당이 꽤 있는 동네도 아니라서...;;

점심을 먹고 슬슬 강당에 자리잡았다. 역시 추운데 좀 활동을 하다보니 다시 기운이 떨어져 식 시작할 때까지 얌전히 쉬기로 했다. 시간이 되자 현악 사중주로 식이 시작되었다. 연주가 끝나고 약 200여명의 수여자들이 한 사람씩 호명되어 증서를 받았는데 인원이 꽤 되는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덕에 생각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그만큼 한 사람에 할애되는 시간이 짧다는 뜻이기도 하니 한국 가족들이 왔더라면 얼마나 허무했을지... 동영상을 찍어 가족들에게 전송하니 좀더 길게 찍지 그랬냐고 ㅋㅋ 어무니 그게 다에요 ㅋㅋㅋ

강당 앞에서 사진 좀 찍고 지도교수님 방에서 커피 한 잔. 커피 내어주시고 이런 과자들이라도 먹겠냐고 주섬주섬 오미야게 꾸러미를 풀르시는 모습이 손주들 주전부리 챙기시는 할아버지 같으시다 ㅎㅎㅎ 그렇다고 우리 할아버지 뻘은 아니시고, 우리 부모님들보다도 젊으신데... 그렇게 남편의 과정이 끝나기까지, 특히 논문 마치고 취업활동 하는 최근에는 더더욱 이것저것 신경써주신 것을 생각하면 참 외국인 학생에게도 공정하게 기회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감사한 분이시다. 남편이 이전 학교에서 공부하다 어찌어찌 이 교수님의 전공분야에 흥미를 갖게 되고, 이 교수님의 저서를 주문해 읽다 이 교수님의 지도를 받게 되고 과정을 무사히 마친 것이 조금은 드라마틱하기도 ㅎㅎ

남편이 교수님, 동기들과 사은회에 참석하는 동안 나는 남편의 역시 한국인 유학생인 1년 선배님-이야기가 잘 통하는 매력녀 ㅎ 와 티타임을 가졌다. 산노미야에 있는 옛 교회건물을 리뉴얼했다는 독일식 쿠키전문 카페였는데 공간도 차나 쿠키맛도 매력적이고 업장 관리정책까지도 그와 어울리는, 두루두루 맘에 드는 가게였다.

비록 스위츠류가 완판되었다고 해서, 샌드위치까지 주문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라 커피와 함께 내준 쿠키가 전부여도 그간 밀린 이야기들로 충분히 배부른 시간이었다 ㅎㅎ

이것저것 모르는게 없는데 특히 맛집 정보에도 밝은 울 선배님이 사은회를 마친 남편을 픽업해 안내해준 곳은 한신전차 지면광고의 로케장소라는 이탈리안 식당. 낮에는 이렇게 영락없는 지중해풍의 외관인데 우리가 도착한 저녁시간에도 밤바다 야경과 함께 운치있는 모습이었다.

감칠맛 넘치는 바냐카우다로 시작해

오늘의 피자였던 레몬 풍미의 치즈피자를 감탄 감탄하며 먹고 나자

짜잔~ 오늘의 메인, 토마토소스 성대찜! 신선함 가득한 재료맛 하나하나가 그 매력을 마구 뿜어내는 요리들이었는데 특히 이 찜요리에 이르러서는 토마토와 바질, 마늘과 올리브오일이라는 이 심플한 조합으로 가능한 최상의 밸런스를 경험한 기분-

그래서 다들 배가 부름에도 이 남은 소스를 두고 일어서지지가 않아 스탭분께 문의하자 아라비아따풍의 펜네파스타로 만들어주셨다. 무슨 디저트도 아닌데 들어갈 배 따로 쟁여뒀던 사람들처럼 또 냠냠 먹어버렸다. 참 기쁜날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 가득한 저녁이다보니 더욱 맛있는 시간이었던 듯.

그리고 오늘. 드디어 남편의 향후 거취가 결정되었다. 이 지역에서 일을 하게 될지 이사를 가야할지 계속 갈팡질팡 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사로 결론이 났다.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한국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 감사하게도 많은 축하를 받았다. 당장 부동산부터 들러야 해서 나서자 내 평생에 가장 혹독하다고 느끼는 올해의 꽃샘추위는 오늘도 여전했지만 그래도 이런 예쁜 하늘의 내 고장을 하루라도 더 눈에 담고 발로 밟고 싶다.

이 공원과 넓게는 오사카성 공원이 우리집 정원이라고 늘 허세부렸었는데 이제 끝없이 펼쳐진 논과 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질 일만 남았구나 ㅎㅎㅎ 그것이 4월부터 걷게 되는 우리 부부의 길. ㅋㅋ


덧글

  • 2017/03/26 01:0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3/29 16: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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