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서울 다녀온 사진들 (1) by 꿀우유


이번 한국행은 우리 초중고에 걸쳐 고교시절 완성된 단짝친구 무리의 마지막 결혼식이 예정되어, 막연히 봄에는 이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가야만 하는 vvi일정이었다. ㅎㅎ 한국 떠나고 나서 틈틈이 한국에 가도 이번만큼 친구들과 시간을 가져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즐거움도 넘쳤고, 또 언제나처럼 나 있을 곳이 아닌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느낌과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의 부재 때문에 불편할 때도 몇 차례 있었고 일주일 정도의 비교적 좋았던 시간의 마무리가 매우 좋지 않았던 때문에 한동안 굳이 회상하지 않았고 그래서 사진도 이제서야 올린다. 지금은 그 원만하지 못했던, 참담했던 마무리도 그럭저럭 묻혀져가는 중이고 어쨌든 즐거웠던 기억들은 포스팅으로 남겨야 제맛이기 때문에. 블로거 아내를 둔 덕에 늘 포토타임엔 기다려야 하고 아이폰7으로 바꾸기 전까진 사람이 많든 적은 셔터소리 내가며 찍사노릇 하느라 피곤했던 우리 남편마저도 오늘은 폰앨범 보면서 "역시 남는건 사진뿐인 거 같아"라고 부동의 진리를 내뱉을 정도이니.

이삿짐 나가는 날(로 생각한 날)에 여유있도록 가장 늦은 비행기로 예약해둔 덕분에 도착날은 현관 들어서자 12시 땡... 그래도 엄마가 만들어둔 물김치, 감말랭이 등 실컷 줏어먹고;; 다음날 아침부터 언니랑 놀러다니기 시작.
우선 영화부터 한 편 보기로 했는데 내가 이사 준비기간에 이 영화 저 영화 너무 봐버린 탓에;; 상영작 중에 재밌는 것들은 다 본 영화들이었고;;; <어느 날>과 <분노> 중에 뭐볼까 하다 한국이니까 볼 수 있는 <어느 날>로 결정. 100점 만점으로 만족하진 않았지만 한국영화를 현재상영작으로 관람했다는 것이 포인트. 김남길이랑 천우희가 호감배우들인 것도 있고 :) 관람중에 커피와 함께 먹은 투썸 쵸코푸딩도 아주아주 진한 것이 맘에 들었다.

언니가 동생 서울구경 시켜준다고 딱히 배가 고픈건 아니지만 인기빵집인 것 같은 나폴레옹에 들어가 빵도 구경했다. 가격이 가격이... 한국물가X동네물가의 결과인 듯.

일부러 압구정까지 가서 영화를 본 것은, 좋아라 하는 앤아더스토리즈 매장 구경이 목적이었다. 대체 왜!!! 도쿄에 딸랑 하나 있는 코스가 한국엔 여기저기 널려있으며 일본엔 아예 매장을 열지도 않은 앤아더스토리즈가 서울에 먼저..... (털썩) 흐앤므에겐 한국이 더 짭짤한 시장인가보아 ㅠ 근데 왜 여기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 매장들도 그렇고 매장 안 공간의 근본적 문제인지 다른 나라, 다른 도시의 매장들과 너무 다른 느낌. 더 솔직히 말하면 그만큼 안예쁜 느낌. 공간이 충분하지 못해서? 천장이 낮아서? 매장 내 조명문제? 불과 오픈한지 두 달도 안된 매장이 이 정도면... 바르셀로나에서 구경했던 그 느낌이랑은 너무 달라 이 매장이라면 굳이 나 사는 동네에 있지 않은게 그닥 아쉽지 않다. 그래도 그 브랜드의 상품을 해당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건 분명 부러운 일이긴 하지.....

언니가 나를 데려가고 싶다는 식당의 메뉴들은 전부 일본에도 있는 것들, 일본도 맛있게 잘 하는 것들이었다. 난 일본에서 안파는 걸 먹고 싶은데... 라고 조심스레 말해 일본식 중화요리랑은 다르리라는 언니의 강추 중국집에 갔는데 런치타임 끝나고 디너 준비시간에 딱 걸렸... 그래서 언니가 넘나 맛있으니 일단 잡숴보라는 버거집에 가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근데 내가 이런 류의 버거를 일본에서 사먹지도 않을 뿐더러, 언니가 버거보다 더 사랑한다는 타코치즈포테이토에 나역시 대만족하여 다행스러운 한 끼였다.

너무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느라 지쳐 잠시 휴식을... 카운터에 놓인 컵사이즈 샘플- 일본은 톨까지밖에 없는데, 이미 수년 전부터 일본 스타벅스가 한국에 너무 뒤지는 느낌..... 원래 사이즈에 관해서는 뭐든 일본이 작은 편이긴 하지만.....

언니가 먼저 자리에 앉아있으라 해서 그럼 난 라떼~ 하고 테이블에서 기다리자 언니가 들고 온 것은 바닐라라떼였다 ㅋㅋㅋㅋㅋ 언니는 일부러 더 맛있는 메뉴로 주문해준다는 마음이었는데 시럽 안넣고 마시는 나는 한 모금 마시고 그냥 냉수 마시겠다 하여 ㅋㅋㅋ 대신 언니가 아이스커피로 준비해줬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날씨 좋은 날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에서 아이스커피 하며 피곤한 다리를 쉬어주니 벼락치기 이사의 고생도 다 잊혀지는 것-

롯데백화점 구경하면서 탄산수 한 병 마시는데도 일본에서 못 본 걸로 고르는 나. 파란 병이 예쁘기도 했고~

저녁은 들어가는 길에 동네 김밥집에서 김밥 사다가 엄마표 물김치랑 가급적 가볍게 가볍게. 이사 전까지 끝없이 반복된 송별회로 적지않은 나이에 시집가는 친구 경혼식 가는데 1kg 찌워 귀국한 것도 모자라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1kg 더 찌웠다는 ㅠ ㅠ 이런 저녁이 없었다면 1kg 찌는 걸로 끝나지 않았겠지.....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냉장고에서 좋아하는거 전부 꺼내먹고 지낸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 내가 매일 아침 배고파 눈뜨고 아침 안먹으면 움직이지 못하는게 다 울엄마 덕.

이 날은 아빠랑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외갓집 동네로. 두 분 모두 건강해보이시는 것은 좋았고 다만 요양병원에 계시는 할머니는 마냥 괜찮으시기만 한 것은 아니고... 그래서 엄마아빠도 고생이 많고... 다들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할아버지 계시는 병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장집이;;; 놀랍도록 가까워 근처 콩나물국밥 맛집 가 먹자는 아빠에게 점심부터 거하게 얻어먹었다. 아빠, 콩나물국은 내가 일본에서도 얼마든지 해먹는 초간단 레퍼토리 중 하나거든요?! 사실 셋이서 먹으면 남기지 않고 먹었을 양인데 그래도 이렇게 주문하고 싶었다. 게장도 게장이지만 생선구이는 한국과 일본의 맛이 극명히 다르기 때문에. 이런 메뉴가 나만큼 감동적일 것 없을 아빠도 엄청 맛있게 드신걸 보면 이 집 분명 맛집. 하긴 아빠는 나랑 함께면 뭐든 맛있으신 걸거야~!

서울 돌아와서는 아빠는 엄마한테, 나는 언니한테 멤버체인지. 언니네 교회 저녁모임에 참가하기로 해서 교회 근처 분식집에서 기세좋게 떡볶이랑 쫄면을 주문했는데 우리 둘다 매운맛에 강하지도 못하면서 무슨 깡으로 전부 빨간 음식들을 주문한건지..... 결국 양이 많기도 했지만 매운맛을 못이겨 떡볶이는 3분의 1 넘게 남겼다. 사장님, 맛은 있었는데, 우리가 매운맛에 형편없어서랍니다.....

입 식힐겸 막간의 커피타임 @ 또 스타벅..... 인스타&블로그 보면 한국에도 좋은 카페 엄청 생긴 것 같은데 왜 우리는 늘 스타벅스인 것인가 ㅠ ㅠ 만만한게 스타벅스이 때문에..... 장충동엔 핫한 카페가 없기 때문에.....? ㅎㅎ;;; 여튼 여기서도 일본과 비교되는 일면. 일본에서는 메뉴의 칼로리를 웹에서 검색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렇게 내걸어놓았네..... 다이어트나 웰빙에 대한 열성은 일본이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일본 스벅, 분발하라.....

라떼 드링킹하고 들어갔는데 커피가 준비되어 있어서 큰 기대없이 한 잔 받아마셨는데 오잉. 맛있다. 커피일 하시는 브로가 준비한 원두로 내린 커피라고. 커피도 잘 마셨고, 강의도 잘 듣고, 이렇게 또 유익하게 하루를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