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코스로 도쿄 나들이 by 꿀우유

지난 주말의 도쿄행이 급 결정된 이유는 지난 주 목요일 오후 (가끔 하는) 집정리 중에 남편이 어디선가 받아온 일본의 주택을 주제로 한 전시 초대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4월부터 6월에 걸친 기간동안의 전시라 요전번에 갔을 때도 전시기간 중이었지만 그 날은 어차피 인테리어샵 투어가 목적이었으니까. 그래도 내가 미처 발견 못했다면 버릴 뻔 한 티켓인데, 왜 얘기해주지 않았냐고 물으니 내가 재밌어할 것 같지 않아서란다. 요즘 우리 관심사 중 하나가 주거공간 아니었니?
어쨌든 남편도 도쿄행 및 전시구경에 기꺼이 찬성해서, 전시장이 있는 신바시역에 가는 김에 근처에 있는 츠키지 시장에서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도쿄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그 친구가 추천한다는 츠키지 시장의 스시집 이름을 물으니 세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거라며 가볍게 타마고야끼집이라도 들러보면 어떠냐고 이 집을 이야기해줬다. 마루타케라고, 유명 아침방송인의 부모님이 하신다는?? 가게인데 딱 맛만 볼 수 있는 양을 요런 간편한 모양으로 팔고 있어서 남편이랑 하나씩 냠냠. 설탕을 아낌없이 부어넣은 맛이라 ㅋㅋ 이 정도 양이 딱 좋았다. 사실 이후에 근처 빵집이랑 카페를 갈 생각이라 요만큼의 양이 반가웠던 것인데 근처 빵집은 문을 닫았길래 ㅠ 바로 커피집으로 향했다. 
이 동네에서 제일 맛있어보이는 집으로 찾아가 플랫 화이트가 있냐고 물었더니 있다는 것. 하지만 메뉴판에도 없고 맛을 봐도 그냥 라떼였다... 
공간이 협소한 편이라 맞은 편에 앉은 외국인 관광객 부부와 조그만 테이블을 함께 사용했다.
남편의 아이스라떼도 나와
빵집 못간 대신 이 집 바나나빵을 사먹어봤다. 보기에 제일 맛있어보여서 골랐는데 남편도 나도 대만족했다.
맞은편 부부가 셀카봉도 없이 셀카를 찍고 있길래 찍어드렸더니 우리도 찍어준다고 하셔서 낼름 한 장 찍어받았다. ㅋㅋ 울 남편의 저 어정쩡한 오른손- 근데 정작 본인은 커피 아닌 빵을 들고 있는게 부끄럽단다. ㅋㅋ 남편의 아이스라떼를 맛보고 있던 중이라 남편 커피가 내 손에 ㅋㅋ 미안-
창가에서 핸드폰 하던 관광객 청년이 떠나고 나서 나도 창가에 앉아 남은 라떼를 후루룩. 야무지게 더블로 주문했더니 한국보다 사이즈가 작은게 보통인 일본에서 보기 드문 사발커피를 실로 오랜만에 받아봤다.
창밖으론 요 푸르른 단풍나무 화분이 보인다.
커피도 마셨겠다, 이제 전시장으로. 회사 관두고 처음 가 본 신바시. 오랜만이야-
일본의 주택들이라고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집들 말고, 잡지 화보에서 보고 감탄하곤 하는, 최근 일본 건축설계사무소들의 야심찬 프로젝트들이 사진, 모형, 영상, 드로잉 등으로 소개되어 있어 남편도 나도 재밌게 잘 봤다. 우리 취향에 맞는 몇몇 집들의 아이디어들이 기억에 남는, 모처럼 문화생활이 있는 데이트였다. ㅋㅋ
매번 들르는 방앗간 같은 오모테산도-아오야마를 찍고 점심 먹으러 가는 길- 평소 이 길은 잘 지나지 않는데 주택 하나하나가 참 고운데다 하늘까지 애니메이션 속처럼 너무 예뻐서 좀 뜨거워진 날씨에도 신나게 걸었다.
집구경 하랴, 초록구경 하랴, 하늘도 보랴 너무너무 바쁜 나를 무슨 로보트처럼 찍어준, 언제나 고마운 남편. 북적거리는 시내에서는 너무 두리번거리지 말라며 농담반으로 핀잔 한마디 했을텐데 한적한 주택가에서는 자유롭게 관광객 모드 ㅎㅎ 
예쁜 길 걸어 도착한 돈까스집에서 주문한 우리의 점심밥. 
메뉴판에 적혀 있는대로 1. 잘린 단면을 위로, 튀김옷을 옆으로 향하게 집어, 2. 처음 한입만이라도 소금으로 맛보기 라는 가이드에 충실한 나의 모습 ㅋㅋ
오늘 점심은 뭐야? 하고 묻는 남편에게 돈까스라고 대답하니 또 돈까스냐고 살짝 놀라움과 실망감을 드러내던 남편은 여기가 마이센보다 자기 취향이라며 너무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항상 맛있는 집에 데려가줘서 고맙다고 인사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돈까스 뿐 아니라 흰쌀밥, 재첩된장국, 양배추사라다, 쯔께모노까지 전부 맛있었고 심지어 밥과 양배추 뿐만 아니라 국과 쯔께모노도 무료리필이었다. 무료리필 해주기엔 쯔께모노맛도 너무나 좋았고... 그래서 나도 남편에게 열심히 일해서 맛있는거 먹여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ㅋㅋㅋ
점심 먹고는 도쿄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 친구랑 티타임 하러 신주쿠로. 친구네 집 근처라 지리에 훤한 친구만 졸졸 따라 도착한 곳은 아오야마점에선 커피 한 잔 콩 한 톨도 사지 않고 되돌아 나왔던 블루보틀. 그나마 신주쿠점은 로컬 비율이 좀 있었다. 토요일이기도 하고, 당연히 빈자리 같은 건 없는 거지만 한국 아줌마의 힘을 발휘해 극적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확보!! 
것도 무려 창가 자리 ㅋㅋ 대단한 초록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날씨 좋은 날 창가 자리에선 뭘 먹어도 맛이 업그레이드 되는 거니까!
신나게 수다 떨고 헤어져 남편이랑은 뉴우먼 살짝 돌아주고, 펭귄광장에서 하늘과 바람과 초록을 감상했다. 사람들은 다 뭔가를 먹고 있었는데 남편은 돈까스 이후 카페라떼까지 넘나 배부르다며 아무 주전부리도 원치 않았다..... 내가 이렇게 멋없는 남자와 살고 있다..... 그래도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가족 서비스에 집을 나서줬으니 너무 잔소리 말아야지 ㅎㅎ

덧글

  • 한다나 2017/06/01 21:57 #

    으아아 돈까츠 정말 맛있어 보여요!!! 어느 가게인지 알 수 있을까요??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 꿀우유 2017/06/05 11:25 #

    감사합니다 :)
    식당 정보는 아래 다른 분께서도 달아주셨네요 ㅎㅎ 니시아자부에 있는 부타구미 라고 합니다-
  • 가녀린 맘모스 2017/06/01 23:51 #

    항상 포스팅 보면 마음이 잔잔해지는 느낌이에요 카페에서 찍은 두분 사진 넘나 생활감 느껴지는 ...ㅋㅋㅋ 어색한 손모양이 인상적이에요 ㅋㅋㅋ
    언제 일본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도 왠지 된장국이 맛있다는 그 집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 ㅜㅜ
  • 꿀우유 2017/06/05 11:30 #

    ㅋㅋ 알아봐주셔서 기뻐요, 남편은 더 더 챙피해할테지만~
    일본여행은 제주도, 부산 가는 것처럼 가깝고 쉬워진지 오래니까, 생각못한 기회로 금방 다니러 오시게 될지도 모르죠~ 저 집도, 다른 맛집 멋집도 즐기러 오시길 ;)
  • 2017/06/02 03:1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6/05 11: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yujin0_0 2017/06/02 06:43 #

    오옷!!!! 혹시 저 돈까스 니시아자부에 있는 부타구미 아닌가요?
  • 꿀우유 2017/06/05 11:39 #

    네 맞아요, 맛있고 친절하고 두루 좋더라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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