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3연휴 - 코슷코, 이케아 by 꿀우유


한국이랑 일본이랑 동시에 3연휴라니, 신기신기. 사실 백수인 나야 매일매일이 노는 날이지만 출장 다녀온 이후로 하루하루 이일 저일에 치여 살던 남편에게는 요 빨간 월요일이 넘나 반가웠을 것이다. 토요일도 일하고 왔으니 3연휴도 아닌 것 ㅉㅉ
그래서 이번 코슷코 방문 때는 배도 별로 안고픈데 남편이 좋아하는 불고기 베이크랑 핫도그랑 전부 사드렸다. 핫도그도 다 못먹고 불고기 베이크는 그대로 들고 와야 했지만 ㅉㅉ
코슷코에서는 여름동안 식구들이 놀러올 것을 대비하여 이사 때 미처 다 장만 못한 살림의 구멍들을 다소 메웠다.

연휴동안 집 근처 신사에서는 쉴새없이 쿵짝거리며 마츠리가 한창이었다. 코슷코 다녀와서 선선해졌길래 살짝 들여다보니 규모는 작지만 나름 있을 건 다 있고 동네분들이 너무너무 즐겁게 놀고 계셨다. 이 땡볕더위에, 아침 일찍부터 저 시설물들 뚝딱뚝딱 만드시고, 가장 더울 점심나절부터 연주랑 율동이랑 노점이랑 시작하셔서 저녁까지 계속하시는 그 에너지가 놀랍다. 더위를 정말 안좋아하는 남편과 나에게는 대체 왜 세상의 많은 축제가 이 덥고 더운 여름에 열리는 것일까가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다.

어제는 이케아행. 7월말까지 써야하는 쿠폰이 있어서 좀 귀찮지만 가봤는데 직원분께 확인해보니 5천엔 이상 남아있었다. 그냥 버릴까도 싶었는데 큰일날 뻔 ㄷㄷㄷ
주차장에서 매장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으레 비정기 마켓이 열리고 있는데 어제는 근처에서 수확하신 농산물을 가져와 팔고 계셨다. 알록달록 너무 예뻐서 한 컷 찍어봤는데 두둥- 저 아랫단 왼쪽 상자 안의 이파리들은 혹시 깻잎???
요즘 다니는 이케아의 위치는 도쿄 근교라서 도로 양 옆으로 밭이 곧잘 보이는데 이케아에 거의 도착할 즈음, 어디선가 깻잎 냄새가 나서 어디 깨밭이 있나보다를 시작으로, 그 깻잎향이 나의 향수를 자극한 나머지 고등학교 시절에 다니던 신림동 순대촌의 백순대볶음이 떠올라버렸고 먹고싶다 먹고싶다 중얼거리며 들깨는 냉동실에 있고 순대는 당면으로 대체한다 해도 깻잎은 구할 길이 없구나 탄식하고 있었는데 불과 10분쯤 지나서 이케아 구내의 임시 장터에서 발견할 줄이야. 남편과 나는 거의 소오름..... 예전부터 우리 부부는 내가 뭔가 먹고 싶어하면 누가 사주시거나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는데 요 얼마전의 참외도 그렇고, 깻잎이라니. 남편이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동안 나는 진열되어 있던 깻잎 네 봉지를 싹 쓸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순대볶음에야 몇 장이면 충분하지만 며칠 전부터 깻잎장도 생각나던 터였기 때문에, 나머지는 전부 깻잎장이닷! 옆에는 제법 과육이 단단한 복숭아도 보여서 그것도 얼씨구나 담았다 ♬

깻잎이랑 복숭아는 보관함에 넣어놓고, 레스토랑에 올라가 좀 늦어진 아침부터 먹자. 어제는 우리 둘다 모닝서비스메뉴인 카레를 한접시씩. 그리고 각자의 취향대로 사이드메뉴와 디저트까지. 후쿠진즈케와 락교가 있는 이케아쟈팡 ㅋㅋ

싹싹 비우고 디저트배에 디저트 넣기. 나는 이케아 가기 전부터 결심하고 있었던 롤케익, 남편은 아몬드케익. 둘다 맛있었지만 나는 내 것이, 남편은 남편것이 더 맛있었다 ㅋㅋ 자고로 크림이 이만큼은 들어가줘야 크림롤이라 부를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남편은 어떻게든 살림은 덜 사고 남은 금액으로 봉지쵸콜릿을 사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코슷코에서와 마찬가지로 식구들 맞이용 소소한 지름으로 5천엔쯤이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남편의 계획도 물거품으로..... 그래도 쿠션 선택은 남편이 직접 했다. 저렴이 말고 쿠션감 좋은 것으로 고르겠다던 것은 순전히 남편의 의지. 나는 커버만 골랐다 ㅋ
본래 목적이었던 이케아 쇼핑보다 훨씬 뿌듯하고 값어치 있는 깻잎을 보관함에서 꺼내 다음 장소로 이동~

이케아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레이크타운. 아울렛이 있지만 딱히 아울렛에 간 것은 아니고, 이런 전망 보면서

시원하게 음료나 한 잔~ 연휴라 진입로 근처 도로들 정체되는 거 보고 그냥 다른 카페 갈까 했는데 길 찾아 돌다보니 주차공간에 도착해버려서 빈자리 찾아 주차하고, 창밖 전망 좋은 도토루도 물론 만석이었지만 주문한 음료가 나올 때 쯤 테이블이 나서 용케 앉았다. 창가 자리까진 바랄 수 없겠지...

남편은 아이스커피, 나는 북해도 멜론 슬러시였나. 더워서 라지 주문했더니 컵 사이즈가 대단해서 좀 챙피했지만 달콤하고 시원해서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ㅋㅋ

이 쇼핑몰은 구내에 초록들 풍성한 점이 좋다. 동네 수국들은 이제 다 지는 중이라 색이 바랬는데 여긴 여전히 푸릇푸릇.
여기서는 아무 위시리스트도 기대도 없이 안들르면 서운한 키친웨어 매장들만 휘휘 둘러봤는데 역시 식구들 맞이용으로 사고 싶었던 큼직한 냄비를 75% 세일가에 득템하였다! 순 쇼핑으로 점철된 우리의 연휴 ㅋㅋㅋ

내가 순대볶음 대체요리의 투지에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고 제법 출출한 데도 집에서 먹겠다고 엑셀을 밟아댄 남편에게 대령한 시험작, 문제작 ㅋㅋ 원래 그 긴 세월동안 옹색한 주방시설로 먹고 사느라 그동안은 2인용 냄비 하나로 돌려막고 살았는데 ㅋㅋ 식구들 방문 대비로 적당한 후라이팬과 넉넉한 냄비를 장만한 김에 바로 후라이팬부터 개시. 무난하게 편하고 좋았다. (또 이렇게 무자비하게 과감없는 현실 집밥 사진을 ㄷㄷㄷ)

계획했던 대로 순대는 없지만 당면을 넉넉히, 떡국떡도 넉넉히 넣고 들깨도 넣고 깻잎도 넣고 했더니 그럭저럭 비슷한 무언가가 완성되었다. 뭔가 빠졌는데... 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나와는 달리 우리 남편은 순대볶음과 똑같다고 열광했다. 여보, 신림동 가본 적 없지...?
다 먹어갈 때쯤 생각났는데 마늘을 안넣었네... 마늘 넣었음 조금 나았을까... 그래도 뭐 그럭저럭 맛있게 잘 먹었고 이렇게 또 먹고 싶었던 메뉴 하나를 해결했다...

오늘 아침은 코슷코에서 싸왔던 불고기 베이크 ^ ^;; 데우니까 맛있고 괜찮네. 원래 냉동보관 해뒀다 먹을 수 있게도 판매하는 듯?
쇼핑하고 먹고 쇼핑하고 먹고, 이상적인 연휴를 보낸 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