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 육아탈출 by 꿀우유

아무래도 가족, 친구 없는 타국에서, 또 오래 살던 지역도 떠나 외딴 시골에서 지내다보니 남들 쓰는 친정찬스 같은 건 꿈도 못꾸고 이제까지 아기랑 떨어져본 기억이 출산 직후 엄마가 와줬을 때 볼일보러 두 번 나간거, 육아 초기 주말에 남편에게 아기 맡기고 쇼핑몰 두 번 나간거, 그리고 여름에 한국 갔을 때 시댁에 두고 잠깐 동사무소 다녀온 것이 전부...
신생아 때는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니까 나도 자고 놀고 할 시간이 있었는데 갈수록 깨어있는 시간은 길어지고 낮잠은 줄고, 또 깨어있는 동안의 활동능력도 나날이 늘어나니 나이먹은 엄마는 지친다 지쳐... 그래서 요며칠 부쩍 꿀꿀해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남편이 토일 전부 출근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랐... 그래서 하루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하고 아침 일찍 도쿄로 나갔다. 물론 전날 아기 하루 시간표랑 이유식 다 만들어놓고 ㅎㅎ
아침을 먹기 위해 드물게 아사쿠사역에 내림. 8시 조금 넘은 때라 엄청 추웠다 ㄷㄷㄷ 추워서 막 뛰어다님. 어쩌면 신나서 ㅋㅋ
가게 앞에 아-무도 없어, 가게 안에도 손님 딱 한 사람밖에 없는 이른 시간이라 어렵게 발견한? 지나가는 행인분께 촌스럽지만 한 컷 찍어받았다. 추운데도 웃으시면서 한쪽 무릎까지 꿇고!! 엄청 정성스레 남겨주신 사진... 그런 따뜻함에 더욱 행복했다...
텅텅 빈 자리에 어디 앉을까 즐거운 고민-
주문 다 하고 카드결제 되는 동안 한 컷 남기고
자리 고르러 2층에도 올라가보고
1층 자리가 더 맘에 들어
책 한 권 골라 착석. 더블샷 라떼부터 받았다. 
그리고 노르웨이식 와플. 매일 아침 먹는 사과도 거르고 나섰기 때문에, 또 추운 날씨에 시나몬애플만큼 어울리는 맛도 없어서 별 망설임 없이 고른 시나몬애플 & 크림치즈 토핑.
와플 다 먹고도 집에서 아침마다 마시는 라떼의 1.8배는 되는 것 같은 대량 라떼를 홀짝거리며 진정한 휴식을 누렸다.
남편이 어디어디 다닐거냐고 궁금해 했었는데 그냥 카페 가고 서점 갈거라고, 별거 안하고 빈둥거릴거라고 대답한대로. 커피 마시고 책 봤으니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있던 중 ㅎ
나의 방앗간과도 같은 아오야마로 옮겨- 
귀여운 빵집을 발견했지만 한국 갈 때까지 빵은 되도록 사지 않기로 맘먹어서 ;;
없는거 없는 도쿄- 별의별 샵들만 구경해도 너무 재미져.
아오야마에서 쇼핑 후 다이칸야마 넘어가기 전에 잠시 나카메구로에. 원래 남편이랑 가면 아오야마, 긴자 많이 가는데 모처럼의 휴일에 백화점에서 시간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 남편과 가지 않는 곳들로 다녀본 것. 남편은 최고의 이혼을 안봐서 그런지, 벚꽃 없는 겨울에 가서 그런지 나카메구로에 별 감흥이 없었다. 나는 이 겨울풍경도 너무 예쁜데.
최고의 이혼 세탁소 앞에서 괜히 지나가시던 할머니께 사진 한 장 찍어받고... 간판을 자르셨지만 어차피 드라마 속 그 모습도 아니고 그냥 혼자 노는게 너무 신나서 찍어본거라 아쉬움도 없다 ^ ^ 
마침 점심시간이라 배도 고프고 해서 나홀로 스시. 깔끔쟁이 남편은 그닥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아기 데리고 가기에도 어떨까 싶은 가게로 골랐는데 런치가 7피스부터 고를 수 있어서 오후에 또 커피랑 달다구리 하고픈 나로서는 너무 좋았다. 나카메구로에서 타베로그 점수 3.4 이상에 700엔대 런치가 또 있을까??
배도 부르고 해서 다이칸야마 다다라서 문화재로 지정된 아사쿠라주택 안을 산책. 예보엔 점심부터 흐려진다고 했는데 이른 오후까지도 파란 하늘이 보이긴 보여서 이 또한 기뻤던 점.
한 바퀴 잘 구경하고
다이칸야마의 끝도 없는 숍들 구경- 무슨 키즈 스카프가 이렇게 멋 철철...
1월 하고도 말인데 아직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볕도 예쁘고 뭐 안예쁜게 있을까-
아오야마에서 끝난줄 알았던 쇼핑, 다이칸야마에서도 계속 되어, 이러다 큰일나지 싶어 적당히 놀고 해질녁 돌아오는 기차에 몸을 싣... 스트레스 풀리고 힐링된거 혼자만의 시간 때문인지 쇼핑 때문인지 ㅋㅋ 그런데 집에 와서도 쇼핑한 것들 생각하면 막 실실 웃음이 나고- 
남편과 아기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지냈다고 해서 우리 세 식구 모두가 행복했던 하루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이런 시간을 갖자고 이야기했다. 이 행복한 기분으로 아기랑 잘 지내봐야지-

덧글

  • 나녹 2019/01/26 02:50 #

    꿀휴식 하셨군요. 반나절이라도 자기 시간 가지면서 쉬는 게 좋죠. 라떼의 꽃이랑 책의 새모양 스티커가 어쩐지 잘 어울리네요ㅎ
  • 꿀우유 2019/03/27 10:49 #

    제 시간을 가지면 막 재충전되는게 느껴져요 ㅎㅎ 말씀 듣고 사진 다시 보니 정말 그러네요 :) 댓글 감사합니다~
  • 英君 2019/01/29 20:45 #

    크으 꿀우유 님께서는 어쩜 그리 충실하게 알뜰하게 도쿄를 만끽하시는지요! >ㅁ< 아사쿠사 아오야마 나카메구로 다이칸야마..!! 저는 도쿄로 출근은 하는데 맨 같은 출퇴근길에다가 공상(망상?) 하느라고 땅만 보고 걸어다녀서 ㅠ.ㅠ 뭔가 막 반성이 되고, 꿀우유 님의 포스팅으로 좋은 곳들을 가상으로나마 즐겁게 보고 느끼고 갑니다..! ^^ 행복한 충전 시간으로 얻으신 힘을 통해 또 행복한 육아 시간 보내시게 되는 행복의 선순환을 이루시리라 믿사오며 ^ㅁ^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
  • 꿀우유 2019/03/27 10:51 #

    도쿄 생활 하시면 얼마나 의아하고 소모적인 동선인지 더욱 와닿으시겠죠 ㅋㅋ
    전 그 익숙해서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는- 그 느낌이 부럽답니다~ 왜 서울 살면서 남산 안가고 63빌딩 안올라가는 그런 느낌이요 ㅋㅋ
    그래서 평소 찾아보지 않으시던 것들을 즐겁게 봐주시고, 저도 좋으네요- ^ ^
    여전히 건강하게, 재밌게 잘 지내고 계시지요? 따뜻하고 행복한 봄날 되시기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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